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은 오세훈 서울시장 측이 항소심 재판부에 무죄를 주장하는 항소이유서를 제출했다. 핵심 쟁점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를 오 시장이 의뢰했는지, 후원자에게 비용 대납을 요청했는지다.
오 시장 변호인단은 서울고법 형사7부에 낸 항소이유서에서 기소된 여론조사 결과를 가장 먼저 상시 보고받은 인물은 오 시장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보고서가 국민의힘 지도부에 먼저 전달된 정황을 들어 실제 수요자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심, 10건 가운데 5건 유죄 판단
오 시장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 씨가 10차례 비용 3천300만원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이 가운데 5차례 조사 의뢰와 2천100만원 대납을 유죄로 인정했다.
나머지 조사 가운데 4건은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의뢰 또는 명 씨의 자발적 조사로 판단됐고, 1건은 오 시장의 의뢰는 인정되지만 비용 대납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변호인단은 일부 조사만 오 시장 의뢰로 본 판단이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명 씨가 당시 당 관계자와 설문지 초안과 표본 추출 방법을 논의했지만 오 시장과는 이런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명 씨가 오 시장을 알기 전부터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점도 당 차원의 조사였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정으로 제시했다.

검찰 측은 1심에서 인정된 조사들이 오 시장의 선거운동과 관련돼 있고 후원자의 비용 지급이 정치자금법상 부정한 대납에 해당한다고 봤다. 항소심에서는 조사별 기획과 전달 경로, 비용 지급의 원인 관계가 다시 심리될 전망이다.
명태균 진술 신빙성도 쟁점
오 시장 측은 1심이 명 씨 진술의 일관성 부족과 자기 사건의 유불리를 고려한 허위 진술 가능성을 지적하면서도 일부 내용은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한 점을 문제 삼았다. 직접증거가 없다면 진술을 뒷받침하는 독립적 보강증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형사재판에서 한 사람의 진술 중 일부만 신빙성을 인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객관적 자료와 다른 증언, 당시 행동과의 일치 여부를 종합해 부분별로 판단할 수 있다. 항소심의 초점은 유죄로 인정된 부분에 충분한 보강 자료가 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죄 판단을 받은 공표용 조사가 서울시장 선거와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같은 시기에 함께 조사했다는 점도 방어 논리로 제시됐다. 오 시장 측은 개인 후보가 다른 지역 선거 판세까지 묶어 발주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비용 대납 요청 입증 여부
변호인단은 후원자 김 씨가 여론조사업체 실무자 계좌로 돈을 보낸 사실만으로 오 시장의 요청을 역추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대납을 요청했는지 판결문에 구체적인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씨와 명 씨가 선거캠프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접촉했고 송금도 두 사람의 개인적 관계에서 이뤄졌다는 설명도 내놨다. 검찰은 반대로 송금 시점과 조사 수행, 캠프 활용 정황을 연결해 대납의 정치적 목적을 입증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 시장은 항소심을 앞두고 변호인을 추가 선임했다. 첫 공판은 이달 21일 예정돼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기록과 새로 제출된 주장, 필요하면 추가 증거조사를 통해 사실관계와 법리 적용을 검토한다.
공직선거와 관련한 정치자금법 사건은 확정 형량에 따라 공직 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현재 판결은 확정되지 않았고 오 시장은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유죄 여부는 항소심과 향후 상고 절차를 통해 최종 판단된다.
이번 항소심은 여론조사의 실제 의뢰인, 결과의 전달·활용, 제3자의 비용 지급이 후보자의 요청에 따른 것인지가 핵심이다. 정치적 공방과 별개로 법원은 개별 조사와 송금마다 증거가 합리적 의심 없이 연결되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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