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회 임신과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이 폐경 이후 골절을 겪을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내과 성경헌 전공의는 내분비내과 하정훈 교수의 지도 아래 국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폐경 후 여성의 출산력과 골격 건강의 연관성을 분석했고, 이 연구로 대한골대사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우수구연상을 받았다.
연구는 질병관리청이 공시한 2024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폐경 후 여성 1,420명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임신과 출산 이력, 누적 호르몬 노출, 골격 건강 지표를 함께 살폈다. 그 결과 3회 이상 임신한 여성은 임신 경험이 없는 여성보다 폐경 이후 골절을 경험할 확률이 약 36%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통계적 분석에서도 이 같은 위험 증가가 유의미하게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에스트로겐 노출 기간과 골격 건강
이번 연구에서 주목한 기전은 임신과 수유 기간에 생길 수 있는 에스트로겐 노출 공백이다. 에스트로겐은 골조직 소실을 억제하고 골밀도 유지에 관여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과 수유 기간에는 생리가 중단되기 때문에 생애 전반의 누적 에스트로겐 노출 기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고, 이 변화가 폐경 후 골절 위험과 관련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의학계에서는 다회 임신이 여성의 골격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다만 연구 대상과 설계가 달라 일관된 임상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국가 단위 최신 데이터를 활용해 다회 출산과 폐경 후 골절 위험 사이의 통계적 연관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골절 위험은 단순히 뼈가 약해지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폐경 후 골절은 회복 기간을 길게 만들고, 이동 능력과 생활 독립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고령기에 발생하는 골절은 동반 질환 관리와 재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예방과 조기 평가가 중요하다. 출산력이 골절 위험 평가의 한 요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은 여성 건강 관리에서 생애 주기 정보를 더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자녀 출산을 단순 위험으로만 볼 수는 없어
연구팀은 다자녀 출산을 여성 건강에 부정적인 요인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러 연구에서는 출산 경험이 많을수록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이나 난소암 위험이 낮아지는 결과도 보고돼 있다. 즉 출산력은 질환에 따라 위험과 이득이 함께 존재하는 복합적 건강 요인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메시지는 다회 출산 자체를 문제로 규정하기보다 골대사질환 측면에서 예방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 가깝다.
전문가들은 임신과 수유, 폐경 이후의 골건강 관리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칼슘과 비타민D는 태아의 골형성뿐 아니라 산모의 골밀도 유지에도 필요한 영양소로 꼽힌다. 국제골다공증재단과 세계보건기구 관련 논의에서도 임산부에게 해당 영양소가 부족한 사례가 흔히 보고된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개인별 필요량과 보충 여부는 건강 상태와 검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의료진 상담이 필요하다.
성경헌 전공의는 생애 임신·출산 횟수와 호르몬 노출 이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골절 위험 평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임신 중 칼슘·비타민D 섭취, 폐경 후 정기적인 골밀도 검진 등 관리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정훈 교수도 전공의가 국가 기반 빅데이터를 활용해 골대사질환 분야의 중요한 임상 질문을 탐구했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

이번 연구는 여성 건강 관리가 특정 시점의 검사 결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임신과 출산, 수유, 폐경으로 이어지는 생애 과정은 호르몬 변화와 골격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회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면 폐경 이후 골절 위험을 과도하게 불안해하기보다, 정기 검진과 생활 관리가 필요한지 확인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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