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오픈AI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생성형 인공지능 경쟁이 소프트웨어를 넘어 전용 하드웨어와 제조 노하우 영역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애플은 41쪽 분량의 소장에서 오픈AI가 첫 AI 하드웨어 기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애플 전·현직 직원의 기밀 정보와 협력사 네트워크를 부당하게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소송의 핵심은 오픈AI가 애플 출신 인력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통상적인 채용 범위를 넘어섰는지 여부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전 애플워치 담당 임원이자 현재 오픈AI 하드웨어 책임자인 탕 탄, 전 아이폰 전기 시스템 엔지니어 창 류, 오픈AI로 이직한 유팅 펑 등 세 사람의 행위를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오픈AI가 준비 중인 첫 AI 하드웨어 제품과 관련해 애플의 제품 설계, 제조, 부품 정보가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의 축에 놓여 있다.
퇴사 뒤에도 남았다는 접근 권한
애플은 류가 퇴사 절차를 마친 뒤에도 회사 소유 컴퓨터를 반납하지 않았고, 애플의 클라우드 기반 저장소에 접근할 수 있는 취약점을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소장에는 류가 자신이 아직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동료에게 알렸고, 이후 기술 사양과 미공개 제품 관련 자료, 메인 로직보드 제조·시험 문서 등 다수의 기밀 파일을 내려받았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펑에 대해서는 류가 오픈AI에서 경쟁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동안 애플 내부 프로젝트와 협력사 관계, 엔지니어링 세부 정보를 계속 전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애플은 파일 접근과 복사 방법을 놓고 두 사람이 구체적으로 논의했으며, 보안팀의 감시를 피하는 방식까지 공유됐다고 봤다. 이 부분은 단순한 인력 이동이 아니라 회사 정보 보호 체계를 우회하려는 조직적 행위였는지를 가르는 쟁점이 될 수 있다.

면접에서 부품과 시제품을 요구했다는 주장
애플의 주장은 채용 면접 과정으로도 이어진다. 소장에 따르면 탕 탄은 일부 애플 직원 면접에서 미공개 프로젝트에 관해 질문했고, 지원자에게 자신이 다룬 배터리, 시스템인패키지, 메인 로직보드, 차폐 부품 등 하드웨어 구성품을 가져오도록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오픈AI가 지원자에게 기술 심층 발표 자료를 준비하게 했고, 그 과정에서 애플의 기밀 정보가 노출됐다는 주장도 담겼다.
애플은 오픈AI가 애플의 퇴사 절차를 파악한 내부 문서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애플에서 나오는 직원들에게 보안 점검을 피하는 요령을 안내했다고도 주장했다. 새 고용주를 밝히지 말라는 조언, 퇴사 인터뷰에서 문서에 서명하지 말라는 안내, 즉시 퇴거 조치가 내려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지침 등이 있었다는 것이다. 오픈AI 측은 다른 회사의 영업비밀에는 관심이 없으며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혁신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AI 하드웨어 경쟁이 만든 새 갈등
이번 소송은 오픈AI가 조니 아이브가 관여한 하드웨어 회사 io를 인수하고 자체 AI 기기 개발을 추진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생성형 AI 서비스가 앱과 클라우드 모델에 머물지 않고 사용자의 일상 기기 형태로 확장되면서, 제품 설계와 소재 가공, 배터리, 공급망 관리 같은 전통적인 제조 역량의 가치가 다시 커지고 있다. 애플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애플은 오픈AI가 애플의 신뢰받는 협력사에 접근해 특정 금속 마감 공정과 부품 관련 정보를 활용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애플의 허가가 있는 것처럼 협력사를 오도했다는 대목은 공급망 신뢰 문제로 번질 수 있다. 대형 기술 기업들이 같은 인력 풀과 같은 제조 파트너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어디까지가 합법적인 경험 활용이고 어디부터가 영업비밀 침해인지가 더 날카로운 쟁점이 되고 있다.

향후 법정에서는 애플이 제시한 내부 메시지와 파일 접근 기록, 면접 자료, 협력사 접촉 정황이 실제 영업비밀 침해로 인정될지가 관건이다. 오픈AI가 의혹을 부인하는 만큼 소송은 사실관계 확인과 손해 범위 산정, 향후 하드웨어 출시 일정에 미칠 영향까지 폭넓게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은 AI 시대의 기술 경쟁이 모델 성능뿐 아니라 인재 이동과 제조 지식 보호를 둘러싼 법적 경쟁으로도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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