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메르코수르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남미 공동시장의 내부 균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은 밀레이 대통령이 국내에 머물며 신임 디에고 산틸리 수석장관의 취임 선서와 정부 인수인계 절차를 직접 챙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파블로 키르노 외교장관이 아르헨티나 대표로 참석한다.
메르코수르는 1991년 출범한 남미 지역 경제 블록으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볼리비아가 회원국이다. 역내 관세 장벽을 낮추고 대외 통상 협상력을 높이는 것이 핵심 목적이지만, 최근에는 각국의 경제 정책과 외교 노선 차이가 더 자주 부각되고 있다. 밀레이 대통령의 불참은 단순한 일정 문제가 아니라 아르헨티나 정부 개편과 통상 전략 전환이 맞물린 신호로 해석된다.
국내 개편 택한 밀레이, 외교 무대엔 장관 파견
이번 불참은 마누엘 아도르니 전 수석장관 사임 이후 진행된 정부 개편과 연결돼 있다. 밀레이 대통령은 새 수석장관을 중심으로 초기 국정 조율을 안정시키는 데 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상급 외교 무대에 직접 가지 않은 결정은 메르코수르 내에서 아르헨티나가 어떤 비중과 방향성을 보일지에 대한 질문을 남긴다.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는 가볍지 않다. 회원국들은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 발효 이후 이행 문제, 특히 무관세 수출 쿼터 배분 방식을 논의할 예정이다. 장기간 협상을 거친 EU와의 합의가 실제 시장 접근 확대로 이어지려면 농축산물과 제조업 품목별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한다. 각국 산업 구조가 다른 만큼 쿼터 배분은 회원국 간 민감한 사안이 될 수밖에 없다.

일본 EPA와 개별 FTA 자율성 논쟁
일본과의 경제동반자협정 협상 개시도 이번 회의의 중요한 의제다. 메르코수르 회원국들은 아시아·태평양 시장으로 수출처를 넓히고 투자 협력을 확대하려 한다. 원자재와 식품 수출 의존도가 큰 남미 국가들에는 유럽 외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지만, 공동 협상 체제를 유지할지 각국 자율성을 넓힐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아르헨티나는 회원국이 제3국과 개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있도록 더 큰 재량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밀레이 정부의 시장 개방 노선과 맞물린 입장이다. 반면 브라질은 공동 규범을 흔들면 메르코수르 전체의 결속력과 대외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아르헨티나가 미국과 별도 무역 합의를 추진한 점도 브라질과의 갈등 요인으로 거론된다.
베네수엘라 문제도 회의의 정치적 민감도를 높인다. 일부 회원국은 베네수엘라의 복귀 가능성을 언급하지만, 아르헨티나는 민주주의 기준 충족이 먼저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대규모 지진 피해와 관련한 블록 차원의 공식 성명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도주의 대응과 회원 자격 논의가 겹치면서 외교적 균형이 필요한 상황이다.
밀레이 대통령의 선택은 메르코수르가 직면한 구조적 고민을 압축한다. 공동시장으로서 협상력을 유지하려면 회원국의 보조가 맞아야 하지만, 각국 정부는 국내 정치와 경제 회복 압박 속에서 더 빠른 개별 선택을 원한다. 이번 정상회의가 EU 협정 이행, 일본 협상 개시, 제3국 개별 협정 문제에서 어떤 절충점을 찾느냐에 따라 남미 통상 질서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아르헨티나가 정상 대신 외교장관을 보낸 것은 회의 자체를 거부한 것은 아니지만, 밀레이 정부의 우선순위가 국내 개편과 독자적 통상 전략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메르코수르가 하나의 협상 단위로 움직일 수 있을지, 아니면 회원국별 속도 차이를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바뀔지는 앞으로 남미 경제외교의 핵심 쟁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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