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문화유산까지 흔든 공습, 전쟁 속 보호 규범 시험대에

2026년 6월 30일 화요일, '국제' 카테고리에 게시된 뉴스입니다. 제목 : 이란 문화유산까지 흔든 공습, 전쟁 속 보호 규범 시험대에...

이란의 대표적 역사 도시와 수도권 문화유산이 최근 공습의 충격권에 들어가면서, 전쟁 중 문화재 보호 원칙이 다시 국제사회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란은 중동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 가운데 하나로, 고대 페르시아 문명부터 이슬람 왕조 시기까지 이어진 건축과 도시 유산을 다수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군사 목표물을 겨냥한 공격이라도 역사 유적과 매우 가까운 곳에서 폭발이 일어나면, 직접 타격이 아니어도 되돌리기 어려운 손상을 남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가 인용한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이 집중됐던 올해 3월 하순 이후 이란 중부 이스파한과 수도 테헤란의 여러 유적에서 피해가 확인됐다. 로이터 취재진은 이란 당국의 허가를 받아 현장을 방문했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을 포함해 모두 11개의 역사적 건물이 영향을 받은 정황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유네스코도 위성 자료 등을 토대로 일부 피해 검증을 진행 중이다.

군사 목표물 주변 유산의 취약성

피해가 거론된 장소 가운데 이스파한은 특히 상징성이 크다. 나크쉐자한 광장은 사파비 왕조 시기 도시계획과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알려져 있으며, 주변 궁전과 종교 건축물은 이란 문화 정체성을 대표하는 유산으로 평가된다. 체헬 소툰 궁전 등 일부 유적은 군사·행정 시설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 폭발의 직접 표적은 아니었더라도 충격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지점은 폭탄이 실제로 문화재를 겨냥했는지 여부만이 아니다. 현대 공습에서는 폭발 압력, 진동, 파편, 화재 위험이 넓은 범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수백 미터 떨어진 건축물도 창문과 장식재, 벽면 구조에 균열이나 탈락이 발생할 수 있고, 오래된 유적일수록 반복된 진동에 취약하다. 문화재가 전쟁 지도에서 제외된 표적이더라도 그 주변 작전의 위험 평가가 충분하지 않으면 보호 원칙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게 된다.

이스파한 역사 건축물이 공습 충격권에 들어간 상황을 나타낸 이미지
기사의 핵심 내용을 시각화한 AI 이미지입니다. 역사 건축물이 군사 목표물 인근 폭발 충격에 노출된 상황을 보여줍니다.

유네스코는 전쟁 전이나 전쟁 중 사전 협의를 받지 못했다고 밝히면서도, 주요 유적의 좌표를 분쟁 당사자들과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공격 계획을 세우는 군 당국이 적어도 문화유산 위치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세계유산과 국가 중요 문화재가 피해를 봤다면, 표적 선정 과정에서 문화재 보호를 어느 수준까지 고려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남는다.

문화재 보호 규범의 후퇴 논란

이스라엘군은 국제법에 따라 군사 목표물만을 겨냥했다는 입장을 내놨고, 미국 측도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한 작전 목표를 강조했다. 하지만 문화유산 전문가들은 군사적 필요가 존재하더라도 문화재 인근 공격에는 별도의 엄격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본다. 특히 세계적으로 공인된 유산 주변에서 폭격이 이뤄졌다면, 그 피해 가능성을 사전에 평가하고 대체 수단을 검토했는지가 국제법적·윤리적 책임의 기준이 된다.

1954년 헤이그 조약은 무력 충돌 상황에서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대표적 국제 규범이다. 이 조약의 핵심은 문화재를 고의로 표적으로 삼지 않는 데 그치지 않고, 군사 작전이 문화재에 미칠 잠재적 피해를 고려해야 한다는 데 있다. 불가피한 군사적 필요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문화유산 보호는 단순한 도덕적 권고가 아니라 전쟁 수행 방식의 일부로 다뤄진다.

이번 사례가 민감한 이유는 최근 중동 분쟁에서 민간 기반시설과 역사적 공간의 경계가 계속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도심 안에 군사·행정 시설이 들어선 경우, 주변에 박물관·궁전·사원·광장 같은 문화재가 함께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이때 고정밀 무기 사용만으로 문화재 보호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폭격 규모, 탄종, 시간대, 기상 조건, 인근 건축물의 내구성까지 종합적으로 따져야 실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복구보다 어려운 신뢰 회복

문화재 피해는 물리적 복구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유리창과 타일, 벽면 장식처럼 비교적 작은 손상도 유적의 진정성과 원형 보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부재는 같은 재료와 기술로 복원하기 어렵고, 전쟁 중 긴급 보수 과정에서 추가 훼손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무엇보다 세계유산은 한 국가의 소유물을 넘어 인류 공동의 기억이라는 상징성을 갖기 때문에, 피해 사실 자체가 국제 여론에 큰 파장을 낳는다.

전쟁 속 문화재 보호 규범과 국제적 책임 논쟁을 보여주는 이미지
기사의 배경과 파장을 설명하는 AI 이미지입니다. 전시 문화재 보호 원칙과 국제적 책임 논쟁을 나타냅니다.

이란 현지 문화재 관계자들이 전한 충격도 이런 맥락과 맞닿아 있다. 테헤란 골레스탄 궁전처럼 오랜 기간 관리돼 온 유적에서 깨진 유리와 파편이 발견됐다는 증언은, 전쟁이 군사 시설을 넘어 사회의 역사적 기반까지 흔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문화유산은 민간인의 일상과 공동체 정체성, 관광과 교육, 학술 연구가 만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피해가 누적될수록 전후 회복 과정은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는 앞으로 유네스코의 현장 조사 여부와 피해 범위 확정, 관련 당사국의 설명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위성 이미지 분석만으로는 내부 균열이나 장식재 손상, 보존 처리 필요성을 모두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시에 군사 작전에서 문화재 좌표 공유가 실제 회피 조치로 이어졌는지 검증할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커질 수 있다.

이번 논란은 전쟁 중 문화유산 보호가 선언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수록 세계유산과 중요 문화재를 둘러싼 위험 평가는 더 세밀해야 하며, 작전 이후에는 피해 확인과 복구 지원이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란 유적 피해 사례는 중동 분쟁의 또 다른 인도적 비용이자, 국제 규범이 실제 전장에서 얼마나 작동하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알짜킹AI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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