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과천 경마공원 이전 및 주택 공급 계획을 둘러싸고 지역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마사회 노동조합과 과천 시민들은 30일 차량 집회를 열고 경마공원 이전과 대규모 주택 공급 방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주택난 해소라는 정책 목표와 기존 지역 생활권의 수용성 문제가 정면으로 부딪히는 모습이다.
과천 경마공원 이전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과 과천 경계인 남태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의 미래를 좌우하는 정책은 충분한 의견 수렴과 민주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주민 동의 없이 경마공원 이전과 주택공급 계획을 일방적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냈다.
차량 100대 동원한 항의 시위
집회에는 한국마사회 노조와 과천 시민 등 약 200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차량 100대와 지게차 1대를 동원해 경마공원에서 남태령 방향까지 비상등을 켠 채 서행했다. 이후 일부 차량은 청와대 사랑채 앞까지 이동해 성명을 발표하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비대위가 제기한 쟁점은 교통, 환경, 교육, 재정 부담이다. 과천은 서울 접근성이 높은 지역이지만 출퇴근 시간대 교통 혼잡이 이미 큰 편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경마공원 부지에 대규모 주거 단지가 들어설 경우 도로망과 대중교통 확충 계획이 선행되지 않으면 생활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경과 녹지 축 훼손 문제도 논란이다. 경마공원 일대는 대규모 시설과 녹지 공간이 함께 존재하는 지역이다. 개발 방식에 따라 도시 밀도와 생활 환경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반대 측은 주택 공급 필요성을 부정하기보다 기존 지역 구조와 자연환경을 고려한 대안 검토가 먼저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1월 29일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면서 과천 방첩사 부지 28만㎡와 인접한 경마공원 부지 115만㎡를 통합 개발해 98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공공성이 큰 부지를 활용해 수도권 주택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주택 공급과 지역 수용성의 충돌
다만 이 계획에는 기존 경마공원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경마공원은 단순한 유휴지가 아니라 한국마사회 운영 기반이자 지역 교통, 상권, 고용과 연결된 시설이다. 주민과 노조가 동시에 반발하는 배경에는 이전 이후 지역 경제와 노동 환경이 어떻게 달라질지 불확실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비대위는 사업 추진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 객관적이고 투명한 검증을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교통 대책, 학교와 보육 시설 확충, 녹지 보전 방안, 이전 비용과 책임 주체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으면 반발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주택 공급 사업은 발표보다 이후 절차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갈등은 수도권 주택 공급 정책이 지역 현장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정부 입장에서는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반면 주민 입장에서는 교통 혼잡, 교육 여건 변화, 재정 부담, 생활환경 훼손 가능성이 직접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전문가들은 공공 부지 개발이 성공하려면 공급 물량뿐 아니라 지역 수용성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본다. 이해관계자가 많은 사업일수록 초기 단계에서 정보 공개와 주민 참여 절차를 넓히고, 개발 이익과 부담이 지역에 어떻게 배분되는지 설명해야 갈등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과천 경마공원 이전 논란은 앞으로 정부의 후속 협의와 세부 계획 공개 과정에서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비대위와 노조가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 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교통·환경·교육 대책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하느냐가 갈등 완화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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