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기업이 처음으로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 허가를 받으면서, 국내 세포치료제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들어설지 관심이 쏠린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최근 한국바이오협회가 글로벌 시장 분석 자료를 인용해 내놓은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CAR-T 치료제 시장 규모는 60억 달러(약 9조원)에 달했으며 2031년에는 136억 달러(약 20조5천억원)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전 세계 9조원…CAR-T는 ‘맞춤형 유전자 치료’로 확장 중
CAR-T 치료제는 환자의 면역세포(T세포)를 채취한 뒤 유전적으로 조작해 암세포를 더 정확히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만든 ‘맞춤형’ 유전자 치료제로 분류된다. CAR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를 뜻한다. 시장 성장 배경으로는 혈액암 발병 증가, 임상 데이터 축적에 따른 규제 승인 확대 등이 꼽혔다.
지역별 매출은 지난해 기준 북미가 40억 달러(약 6조원)로 가장 컸고, 유럽 13억 달러(약 1조9천억원), 아시아·태평양은 1억 달러(약 1천5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즉, 아직은 선진 시장 중심의 성장 흐름이 뚜렷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제품 승인과 환자 접근성이 늘며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한국 시장은 아직 ‘출발점’…지난해 350억원 수준
다만 국내 시장 규모는 아직 초기 단계다. 같은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CAR-T 치료제 시장 규모는 2천330만 달러(약 350억원)로, 전 세계(60억 달러) 대비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국내 시장도 2031년 2천930만 달러(약 441억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에 주목되는 지점은 “첫 허가”가 시장의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큐로셀의 CAR-T 치료제 ‘림카토주’(안발캅타젠오토류셀)가 지난달 처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림카토주는 2가지 이상의 전신 치료 뒤 재발하거나 반응이 없는(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원발성 종격동 B세포 림프종의 성인 환자에게 쓰이는 희귀의약품이다.
‘완전 관해 67.1%’…임상 성과가 승인으로 연결
큐로셀은 해당 치료제의 임상 2상 결과를 통해 암세포가 사라지는 ‘완전 관해’에 도달한 비율이 67.1%로 우수한 약효를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희귀질환 영역에서의 높은 반응률은 규제 당국의 판단에도 중요한 근거가 되며, 동시에 시장 측면에서는 실제 처방이 늘어날 수 있는 신호로 해석된다.
시장 전반에서의 경쟁 양상도 참고할 만하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CAR-T 치료제 품목별 매출은 ‘카빅티’가 19억 달러(약 2조8천억원)로 1위를 차지했고, ‘예스카타’가 15억 달러(약 2조2천억원), ‘브레얀지’가 14억 달러(약 2조1천억원) 순이었다. 2031년 전망에서도 카빅티(52억 달러), 브레얀지(30억 달러), 예스카타(27억 달러)가 상위권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됐다. 즉, 글로벌 시장은 이미 상용화 중심으로 자리가 잡혀 있는 만큼, 국내 기업이 뒤늦게 진입하기 시작한 현재에는 ‘추격’이 아니라 ‘승인 이후의 확장 속도’ 경쟁이 중요해진다.
다음 관건: 제품 추가 승인과 인프라, 그리고 접근성
국내 첫 CAR-T 허가가 의미하는 바는 단지 한 제품의 승인에 그치지 않는다. CAR-T는 세포 채취부터 유전자 조작, 품질 검증, 투여까지 공정이 복잡해 병원·물류·제조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결국 남은 숙제는 (1) 후속 파이프라인의 임상과 승인 확대, (2) 투여 기관의 확대 및 처리 역량 강화, (3) 환자 접근성 제고(치료 비용·보험 체계·치료 과정 표준화 등)로 요약된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제시한 2031년 전망치가 ‘완만한 성장’으로 보이는 이유도 여기와 연결된다. 첫 허가 이후 실제 시장 규모가 얼마나 빠르게 커질지는, 다음 CAR-T 승인들이 얼마나 연속적으로 나오느냐와 실제 투여가 가능한 의료 인프라가 얼마나 빠르게 확장되느냐에 달려 있다.
‘초기 진입’에서 ‘산업화’로…국내 CAR-T의 다음 단계
업계에서는 국내 첫 허가를 계기로 국내 세포치료제 생태계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번 승인 사례는 규제 승인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국내 개발 역량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고, 동시에 투자·협력·인재 양성 등 산업 전반의 신호가 될 수 있다.
앞으로는 큐로셀의 후속 적응증 확장과, 다른 국내 기업들의 CAR-T 임상·허가 진행 상황이 핵심 체크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이 향후 10년간 2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가 그 성장의 어느 구간을 실질적으로 흡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