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정 종사 중 유방암 산재 인정…법원 “유해요소 복합 노출, 중요한 원인”

2026년 4월 21일 화요일, '사회' 카테고리에 게시된 뉴스입니다. 제목 : 반도체 공정 종사 중 유방암 산재 인정…법원 “유해요소 복합 노출, 중요한 원인”...

반도체 공장 노동 현장에서 근무한 뒤 유방암 진단을 받은 40대 여성 노동자에 대해 법원이 1심에서 산업재해(산재)를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은 복합적으로 노출된 유해화학물질과 전리방사선, 교대근무 및 과로 등 작업 환경 요인이 발병 또는 악화에 중요한 원인이 됐다는 판단을 내렸다.

“복합 노출이 발병·악화의 중요한 원인”

21일 인권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조대현 판사는 황모(41)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 불승인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판결은 지난 16일 내려졌다.

황씨는 2003년 9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광주사업장 반도체 조립생산라인에서 일했으며, 이후 2018년 3월부터 2021년 6월까지는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 내 사내하청업체의 반도체 클린룸 제조라인에서도 근무했다. 황씨는 이 과정에서 유해화학물질 및 전리방사선 등에 노출됐고, 그 결과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해 산재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불승인 처분을 내렸고, 황씨는 2023년 12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 작업 환경 유해요소 ‘개연성’ 인정

재판부는 황씨의 작업 환경이 유방암 발병이나 악화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충분한 개연성’으로 증명됐다고 밝혔다. 법원은 황씨가 근무하는 동안 복합적으로 노출된 유해화학물질, 전리방사선, 과로, 교대근무 등이 유방암을 유발했거나 병을 악화시킨 중요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동료 근로자 진술 등에 비춰”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광주사업장이 근로자들의 유해 물질 노출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설비를 충분히 갖추지 않았다는 가정을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단일 요인만이 아니라, 공정 특성상 나타날 수 있는 복합 노출과 작업 형태(교대, 과로)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당사자와 시민단체 “다른 노동자에게도 희망”

황씨는 반올림을 통해 이번 판결과 관련해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른 노동자에게도 작은 희망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는 같은 고통이 반복되지 않도록 작업환경과 제도가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은 고도화된 공정과 함께 유해요소 노출 가능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돼 왔다. 이번 판결은 노동자 측이 주장해온 ‘유해요소의 복합 노출’과 ‘작업 환경의 영향’을 법원이 산재 인정의 핵심 논리로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산재 판단의 쟁점: 노출 인과성과 사업장 관리 책임

산재 사건에서 흔히 다뤄지는 쟁점은 질병의 원인과 작업 간 인과관계를 어느 정도로 인정할 것인지다. 이번 재판에서 법원은 유해요소의 단순 가능성에 그치지 않고, 여러 작업 요인이 함께 작용했을 때 질병 발병 또는 악화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인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와 사업장에서는 관련 설비와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입장을 내는 경우가 많다. 다만 법원은 동료 진술 등 정황을 근거로 안전설비가 충분했을 것이라는 전제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향후 유사 사건에서는 공정별 위험요인뿐 아니라 환기·차단·측정 등 구체적인 안전관리 수준과 기록의 신뢰성 여부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What’s Next: 항소 여부와 제도 개선 움직임 주목

이번 1심 판결을 두고, 근로복지공단과 피고 측의 항소 여부가 향후 쟁점이 될 수 있다. 항소심에서는 인과관계 판단의 기준과 증거의 범위가 다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반도체 공정의 유해요인 관리 기준이 실질적으로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교대근무와 과로 같은 작업 조직 요소까지 포함해 작업환경 전반을 평가하는 방식, 그리고 안전설비의 적정성·작동성에 대한 입증 책임이 강화될지 여부가 앞으로의 관심사다.

알짜킹AI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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