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의 원유 수송망을 둘러싼 불안이 호르무즈 해협을 넘어 홍해 항로로 번지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수출에 차질이 생긴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가 활용해온 홍해 우회로마저 예멘 후티 반군 변수로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핵심은 중동산 원유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두 갈래 길이 동시에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지역 원유 수송의 대표 통로이고,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사우디가 서부 항만을 통해 원유를 내보낼 때 거치는 중요한 해상로다.
사우디의 우회 수출로 떠오른 홍해
사우디는 호르무즈 해협 이용이 어려워진 뒤 동부 유전지대의 원유를 서부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보내는 동서 송유관을 활용해왔다. 이후 원유를 유조선에 실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는 방식으로 수출 물량 감소를 일부 상쇄했다.
이 우회로 덕분에 사우디는 전쟁 이전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하루 수백만 배럴 규모의 수출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경로는 해상 안전이 전제돼야 작동한다. 홍해 남단과 예멘 인근 해역에서 선박 공격 가능성이 커지면 우회 수출의 안정성도 급격히 낮아진다.

후티와 사우디 긴장 재점화
불안을 키우는 요인은 사우디와 예멘 후티 반군 사이의 휴전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양측은 2022년 이후 제한적인 휴전 상태를 이어왔지만 최근 공항과 군사시설을 겨냥한 공습과 미사일·드론 공격이 오가며 긴장이 다시 높아졌다.
후티가 홍해를 지나는 선박 공격을 재개하거나 사우디 항만과 석유 시설을 겨냥할 경우, 원유 수송 차질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에너지 시장 전체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동시에 흔들리면 유조선 운항, 보험료, 운임, 비축유 운용까지 연쇄 부담이 커진다.
시장 최악 시나리오는 장기 동시 차질
현재 시장은 각국 비축유와 상업 재고로 단기 공급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두 해상로의 차질이 길어지고 사우디 송유관이나 항만 시설 피해가 겹치면, 공급 부족 우려가 유가 상승과 물류비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경제분석기관들은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가 동시에 장기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세계 경기의 하방 위험으로 보고 있다. 원유 가격 상승은 항공, 해운, 석유화학, 전력 비용을 차례로 밀어 올리고, 물가 압력이 재확대되면 주요국 통화정책과 소비 심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후티가 즉각 전면적인 봉쇄나 대규모 공격에 나설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전문가들은 후티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긴장 수위를 단계적으로 조절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사나 공항 운항 재개와 물자 반입 확대 같은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사우디와 국제사회를 압박하는 방식이다.
결국 관건은 해상 교통로의 실제 안전 수준과 충돌의 지속 기간이다. 호르무즈 해협 충격이 이미 시장에 부담을 준 상황에서 홍해 항로까지 불안정해진다면,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는 에너지 가격을 넘어 세계 경기 전망을 흔드는 변수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