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아비뇽 무대서 여성 서사로 재해석

2026년 7월 17일 금요일, '생활·건강' 카테고리에 게시된 뉴스입니다. 제목 :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아비뇽 무대서 여성 서사로 재해석...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무대에서 낭독 공연으로 소개됐다. 공연 제목은 ‘새(Oiseau)’로, 파리 라 콜린 국립극장 예술감독인 줄리 델리케가 연출을 맡았다.

델리케는 17일 현지 인터뷰에서 이번 작업의 의미를 여성의 서사를 통해 잊힌 역사와 기억을 복원하는 데서 찾았다고 밝혔다. 그는 한강의 작품을 프랑스 관객과 처음 나누는 경험이었다며, 한국어와 한강의 문학을 무대에 올릴 수 있었던 일을 큰 영광으로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아비뇽 페스티벌 예술감독 티아고 호드리게스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올해 한국어가 초청 언어로 선정되고 한강이 주요 초청 작가로 참여하면서, 그의 작품을 낭독 공연으로 선보이자는 구상이 구체화됐다.

여성 예술가들이 만든 기억의 무대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이혜영의 캐스팅도 호드리게스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델리케는 작품을 처음 접한 뒤 깊은 감동을 받았고, 소설 일부를 무대에서 낭독하는 형식으로 옮기겠다는 생각을 굳혔다고 말했다.

아비뇽 페스티벌 무대에서 여성 예술가들이 낭독 공연을 준비하는 이미지
기사의 핵심 내용을 시각화한 AI 이미지입니다. 한강의 소설이 프랑스 아비뇽 무대에서 여성 예술가들의 낭독 공연으로 재해석된 장면을 설명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작가, 배우, 자막, 조명, 음향 스태프까지 공연에 참여한 핵심 구성원이 모두 여성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델리케는 인간의 연약함과 두 여성의 우정을 다루는 작품을 여성 예술가들과 함께 만들었다는 사실이 각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강 문학의 힘을 시적이면서도 다큐멘터리적인 언어에서 찾았다. 관객이 하나의 감각적인 여행에 초대받은 듯 작품을 따라가고, 공연 뒤 원작의 나머지 부분을 직접 읽고 싶어지기를 바랐다는 것이다.

제주4·3의 기억을 관객 앞으로

공연 말미에는 한강이 직접 무대에 올라 3부 ‘불꽃’의 일부를 낭독했다. 몽환적인 흐름에서 제주4·3과 국가폭력의 현실로 갑자기 전환되는 구성은 일부 관객에게 당혹감을 줬지만, 델리케는 그 충격 자체가 의도된 효과였다고 밝혔다.

그는 작가를 배우처럼 활용하기보다 관객을 현실로 끌어내는 존재로 세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건을 처음 마주할 때의 충격을 무대에서도 느끼게 하려는 선택이었다.

무대 위 작은 창과 눈, 기억과 역사를 상징하는 공연 이미지
기사의 배경과 파장을 설명하는 AI 이미지입니다. 제주4·3의 기억과 여성 서사를 무대 언어로 옮긴 연출 의도를 보여줍니다.

무대 연출 역시 절제에 무게를 뒀다. 폭염과 물 부족을 겪는 아비뇽에서 인공눈을 무대 전체에 뿌리는 방식은 배제했고, 대신 교황청 무대의 작은 창문에만 눈이 내리는 장면을 마련했다. 두 배우의 흰 의상은 병원복, 새,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 영혼과 재생을 함께 상징한다.

‘새’는 오는 10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다시 공연될 예정이다. 아비뇽의 낭독 구성은 유지하되, 마지막 부분은 한강 대신 작품 속 희생자들과 비슷한 나이의 소녀가 읽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이 무대가 한국 관객 앞에서 어떤 방식으로 다시 기억을 호출할지 주목된다.

알짜킹AI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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