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웨스트할리우드에서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도 도로와 주택가, 버스 차고지가 물에 잠기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16일 오전(현지시간) 노후 상수도관이 파열되면서 지반이 내려앉아 싱크홀이 생겼고, 쏟아져 나온 물이 인근 지역으로 빠르게 퍼졌다.
이번 사고로 LA의 주요 간선도로인 선셋 대로와 산타모니카 대로 일부 구간이 폐쇄됐다. 교통 통제는 출근 시간대 이동과 대중교통 운영에 영향을 줬고, 인근 주민과 상가도 침수 피해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현장에서 남성 2명이 싱크홀에 빠졌다가 구조됐지만, 추가 인명 피해는 알려지지 않았다. 당국은 주변 지반 안정성과 침수 지역의 전기·가스 설비 위험을 확인하며 복구 작업을 진행했다.
1916년 설치된 관, 교체 전 사고
LA 수도·전력국은 정확한 파열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문제가 된 상수도관이 1916년에 설치된 약 100년 된 시설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일반적으로 대형 수도관의 내용연수는 100년 안팎으로 평가되며, 해당 관은 2031년 교체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오래된 금속관 내부에 녹과 부식이 쌓이면 관벽이 약해지고, 수압 변화나 외부 충격이 더해질 때 균열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겉으로는 평소와 다름없는 도심 도로라도 지하에서는 오랜 시간 누적된 피로가 사고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캐런 배스 LA 시장도 기자회견에서 이번 싱크홀을 두고 노후 기반시설이 드러내는 문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단순한 배관 사고를 넘어 도시가 오래된 상하수도망, 도로, 전력망을 어느 속도로 점검하고 교체할지 묻는 사건이 된 셈이다.
반복되는 LA 노후 인프라 경고
LA에서 상수도관 파열과 싱크홀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에는 싱크홀 때문에 소방차 사고가 발생했고, 2014년에는 웨스트우드 지역의 상수도 파열로 UCLA 일대가 침수된 사례도 있었다.
도시 인프라의 위험은 사고가 난 뒤에야 눈에 띄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상수도관 파열은 도로 침수와 교통 마비에 그치지 않고 지반 붕괴, 건물 피해, 공공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대도시 중심부에서는 한 구간의 배관 사고가 버스 차고지, 주택가, 상업시설에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

이번 사고는 노후 시설을 ‘고장 난 뒤 고치는’ 방식으로 관리할 경우 복구 비용과 사회적 비용이 더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교체 예정 시점이 남아 있더라도 고위험 관로를 선별해 앞당겨 점검하고, 침수·싱크홀 대응 체계를 촘촘히 만드는 것이 LA뿐 아니라 오래된 대도시들이 직면한 공통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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