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6·3 지방선거와 관련해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 측을 둘러싼 의혹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정 전 후보 부친이 운영하는 병원 직원들이 선거운동에 동원됐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이 병원 계열사를 압수수색하면서, 수사의 초점은 개인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넘어 조직적 동원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15일 부산 부산진구에 있는 온그룹 계열 병원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직원 업무용 컴퓨터와 관련 문서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강제수사는 병원 직원들이 정 전 후보를 지지하는 온라인 댓글 작성이나 정당 가입 권유 등에 동원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다.
핵심은 직무상 지위 이용 여부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병원이라는 조직과 고용 관계가 선거운동에 활용됐는지 여부다. 공직선거법은 직업적 기관이나 단체 안에서 직무상 지위를 이용해 구성원에게 선거운동을 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기업체나 계열 관계 등 특수한 지위를 활용해 구성원에게 선거운동을 시키는 행위 역시 금지 대상에 포함된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실제 지시가 있었는지, 지시가 있었다면 누구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였는지 또는 직장 내 지위와 관계 때문에 압박을 받았는지를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댓글 작성, 정당 가입 요구, 선거운동 참여 요청 등이 업무 시간이나 조직 체계와 연결됐는지도 수사의 주요 확인 대상이다.

의혹은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가 온그룹 내부자로부터 공익제보를 접수한 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본격화됐다. 선관위 의뢰 사건은 통상 선거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 사안이 수사기관으로 넘어간 경우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이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라고 설명했으며, 확보 자료를 분석한 뒤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정 전 후보 관련 의혹과 별개로 진행되는 수사
정 전 후보는 지방선거 기간 피습 자작극 의혹으로도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이다. 다만 이번 압수수색은 그 의혹 자체보다는 부친이 운영하는 병원과 계열 조직이 선거운동에 관여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같은 선거를 둘러싼 사건이라도 수사 대상과 법적 쟁점은 구분될 필요가 있다.
정 전 후보 부친 역시 선거 관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부산시교육감 재선거를 앞두고 병원 직원 등에게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고,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5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한 그는 직원 동원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목은 경찰 수사가 단순한 한 차례 선거운동 의혹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수사기관은 과거 사건과 현재 의혹 사이에 구조적 유사성이 있는지, 동일한 조직 운영 방식이 반복됐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최종 판단은 압수물 분석과 관계자 진술, 법원의 판단을 거쳐야 하며 현재 단계에서는 의혹 확인 절차가 진행 중이다.

조직 동원 선거운동이 갖는 사회적 의미
선거운동은 시민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라는 측면에서 폭넓게 보장된다. 그러나 고용 관계나 조직 내 위계가 개입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직원이 상급자나 소속 기관의 영향력 때문에 특정 후보 지지 활동에 참여했다면, 이는 개인의 정치적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선거의 공정성을 흔들 수 있다.
이번 수사는 지역 선거에서 기업·병원·단체 같은 생활 밀착형 조직이 어떤 방식으로 정치 과정과 연결될 수 있는지를 다시 묻는 사건이다. 경찰이 확보한 자료에서 구체적인 지시 체계와 실행 정황이 드러날지, 또는 의혹 수준에 그칠지는 추가 조사로 가려질 전망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의 형사 책임뿐 아니라 지역사회 선거문화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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