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금융 제재, 국제유가 흐름으로 동시에 번지고 있다. 무력 충돌 이후 협상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유가는 소폭 하락했지만, 미국이 휴전 종료를 공식화하고 이란 최고지도자 측 자금망을 겨냥한 제재를 발표하면서 긴장 완화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10일 현지 시장에서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76.01달러,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1.41달러로 마감했다. 각각 전장보다 0.38%, 0.93% 내린 수준이다. 표면적으로는 미·이란 대화 재개 가능성이 가격을 눌렀지만, 하락 폭은 제한적이었다. 시장은 협상 신호와 군사·제재 리스크를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변수로
이번 긴장의 중심에는 호르무즈 해협이 있다. 이 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가 세계 시장으로 이동하는 핵심 통로다. 이란은 미국과의 종전 양해각서 조항을 근거로 해협 관리와 통항 서비스 체계에 대한 권한을 주장하고 있으며, 지정 항로를 벗어나는 선박에 강경 대응해왔다. 미국은 이 같은 통제권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란의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오만을 방문해 호르무즈 정세를 논의할 예정이다. 오만은 해협의 또 다른 연안국이자 역내 중재 역할을 해온 국가다. 이란은 호르무즈 관리 전담 기구와 통항 서비스료 징수 방안을 놓고 오만과 협의해왔고, 오만 역시 관련 제안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오만 방문은 해협 관리 문제를 외교 테이블로 되돌리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다만 외교 접촉이 곧 긴장 완화를 뜻하지는 않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대화를 요청했고 미국도 대화 지속에는 동의했지만, 휴전은 끝났다는 뜻을 이란 측에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협상 채널을 열어둔 채 압박 수위를 높이는 방식이다.
제재와 협상이 동시에 움직인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와 정권 엘리트에게 이익을 제공해온 자금 조력자 알리 안사리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미국은 그가 두바이를 거점으로 글로벌 투자·부동산·금융 자산 네트워크를 구축해 이란 정권 핵심부의 이익을 지원했다고 보고 있다. 제재 대상에는 이란 은행을 대신해 자금을 이동시킨 환전소와 관련 인물들도 포함됐다.
이는 원유 수출 제재 완화 철회에 이어 이란의 금융 통로를 좁히려는 조치다. 미국은 군사 충돌을 직접 확대하지 않더라도 금융망과 에너지 수출을 압박해 이란의 협상력을 낮출 수 있다. 반대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통항 관리 주장을 통해 세계 에너지 시장에 자신이 가진 지렛대를 드러내려 한다.
국제유가가 소폭 하락한 것은 시장이 아직 전면적 공급 차질을 기본 시나리오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해협 주변에서 선박 공격이나 통항 제한이 반복될 경우 유가는 단기간에 다시 급등할 수 있다. 특히 보험료, 운송 경로, 정유사 재고 조정이 동시에 움직이면 실제 공급량 변화보다 가격 변동이 먼저 커질 가능성이 있다.

향후 관건은 오만을 통한 외교 접촉이 해협 통제권 논의를 얼마나 제도화할 수 있느냐다. 미국의 제재가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낼지, 오히려 해상 압박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지도 지켜봐야 한다. 현재로서는 대화와 압박이 병행되는 불안정한 균형이 이어지고 있으며, 에너지 시장은 작은 신호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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