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5월 6일(현지 시간) 사상 처음으로 장중 7400선을 돌파하며 ‘반도체 랠리’가 다시 한 번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1조 달러를 처음 넘기며(1조586억 달러) 장중 27만전자에 도달했고, SK하이닉스 역시 역대 처음으로 160만닉스를 찍는 등 반도체 ‘투톱’이 지수 상승의 중심에 섰다. 다만 증시가 급등하면서 일각에서는 고점론과 함께 밸류에이션 부담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장 변곡을 수십 년간 지켜온 김한진 박사(증권 리서치 경력)는 “외국인 관점에선 여전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싸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주가는 이익 전망을 앞당겨 반영할 수 있어 절제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스피 랠리는 ‘수출+실적’이 만든다”
김 박사는 이번 코스피 급등을 과거의 강한 상승 국면과 연결해 설명했다. 그는 “지금 같은 형태의 폭발적 상승은 앞서 2번 있었다”며 198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초를 사례로 들었다. 당시에도 저유가·저환율·저금리 환경 속 수출이 급증하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7배 수준에서 2배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20년 뒤인 2025년 4월에는 트럼프의 관세정책 발표로 PBR이 0.7배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1.6배까지 올라왔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심에는 여전히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출이 있다”며 “코스피가 PBR 2배를 달성하려면 결국 8500 수준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가능성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규모가 어느 정도까지 이어질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영업이익’이 받치지만, 주가는 앞당겨 간다
증시 상승의 가장 큰 동력은 실적이다. 김 박사는 증권가 컨센서스를 기반으로 올해와 내년 코스피 영업이익 규모를 언급했다. 그는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은 700조~800조원, 그중 반도체 투톱이 600조원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내년의 경우 영업이익이 1000조~1100조원(혹은 1200조원까지)으로 커질 수 있으나, 역시 핵심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에도 전망대로 영업이익을 실현할지 여부라고 봤다.
그럼에도 고점론이 나오는 이유는 구조적인 ‘사이클’에 있다. 반도체 업종은 경기 순환주인 만큼 업황이 꺾이면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고, 주가는 이미 다음 사이클의 수익성을 앞당겨 반영하는 속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한국 반도체 기업은 사이클이 있어서 업황이 나쁠 때는 적자도 낸다”며 “지난해 1분기에는 두 기업 영업이익이 20조원 수준이었고, 전체 영업이익도 100조원 안에 머물렀다”고 상기했다.
또한 그는 올해 반도체 투톱 영업이익 전망이 지난해 대비 최소 4배로 커졌고, 내년에는 올해 대비 약 40%가량 더 증가할 수 있다는 시장 기대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가는 탐욕스러워서 내년은 물론 2028년까지도 앞당겨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때문에 주가 측면에서는 올해 피크아웃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기여도 대비’ 아직 싸다고 본다”
고점론에도 불구하고 ‘아직 더 갈 수 있다’는 관점이 공존하는 배경도 설명됐다. 김 박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국내 투자자 눈에는 많이 오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유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선반영 정도를 들었다. 미국의 S&P500이나 나스닥이 이미 이전부터 상승해 온 반면, 한국 대형 반도체는 상대적으로 뒤늦게 재평가 국면에 진입해 ‘가치주처럼 보인다’는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내년 코스피 영업이익 기여도는 60%를 넘는데, 현재 시가총액 비중은 45% 정도”라고 언급하며 “현재 주가는 영업이익 기여도에 맞춰 올라가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가시적인 기간에 벌어들일 영업이익 기준으로 봤을 때 현 PER이 너무 낮다”고 덧붙였다.
밸류에이션 논리의 ‘등장 시점’이 경계 신호
김 박사는 시장이 과열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패턴도 소개했다. 과열 국면에서는 피크를 찍고 일정 폭 조정을 받는 과정에서 대체로 모든 종목이 함께 빠질 수 있지만, 이후 상승 국면이 재개되면 보수적인 이익 가정에도 ‘비싸지 않았던’ 종목만 다시 먼저 회복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거품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까. 그는 “주가가 더 많이 오르면 주가를 정당화하기 위한 다양한 논리가 등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를 들어 “PER보다 다른 지표를 봐야 한다”거나 “코스피 PER을 미국 장처럼 봐야 한다” 같은 주장들이 등장하면 ‘상투권’에 가까워졌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는 관점이다. 즉, 실적·밸류에이션의 논리가 단단해지기보다 해석의 폭이 넓어지는 순간이 리스크 관리의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음은 ‘조정 이후의 기회’…현금 비중도 변수
장기 시계에서 그는 반도체 사이클과 AI 사이클이 2031~2032년까지 유효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한 번은 현 사이클이 매듭지어지면서 조정을 겪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가 계속 오를 수는 있어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미 오른 가격을 추격하기보다는 조정 이후의 재진입 기회를 노려야 한다는 메시지다.
실제 대응 전략으로는 ‘현금 비중 확대’를 제시했다. 김 박사는 “코스피 6000에 현금 비중이 30%였다면 7000에는 40%, 7500에는 50%로 늘리는 식으로 늘려가야 시장 하락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앞으로 5~10년간 성장할 수밖에 없거나 중국 견제로 수혜를 보는 분야에 분산하는 접근도 권했다. 구체적으로는 로봇을 포함한 자동차, 바이오, 칩스(반도체), 방산, 전력·원자력·풍력 등(‘ABCDE’로 요약) 섹터를 언급하며, 시장이 강할수록 ‘반도체를 중심에 두되’ 나머지는 선택적으로 담는 구성을 제안했다.
현재 시장의 최대 변수는 단 하나로 수렴한다. 반도체 투톱의 실적이 기대를 충족하느냐, 그리고 그 기대가 주가에 얼마나 앞당겨 반영됐느냐다. 코스피가 7400선을 넘어선 만큼, 다음 관전 포인트는 기업실적 가이던스와 애널리스트 전망치의 상향 지속 여부, 그리고 급등 이후 조정 구간에서 ‘선별적 회복’이 나타나는지 여부다. 반도체 랠리의 다음 장은 실적이 쓰고, 주가의 속도는 그 위에 덧칠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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