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9일(현지시간) 기준금리 3.50~3.75%를 동결했다. 이란 전쟁 관련 국제유가 급등 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된 가운데, 통화정책을 둘러싼 위원 간 이견이 함께 드러나면서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연준은 지난해 9·10·12월 세 차례 인하에 이어, 올해 들어서는 1월과 3월에 이어 세 차례 연속 동결을 이어갔다.
이번 결정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2일차에서 내려졌다. 연준은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이며, 이는 부분적으로 최근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동 정세 변화가 경제 전망에 높은 불확실성을 초래한다고 짚었다. 동시에 “최근 지표는 경제 활동이 견조한 속도로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으며, 고용 지표에 대해선 “일자리 증가는 평균적으로 낮은 수준”이고 실업률은 최근 몇 달간 “거의 변동이 없었다”고 밝혔다.
“인플레 높은데, 경기도 버틴다”
연준은 장기적으로 최대 고용과 2%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목표로 정책을 운용하겠다고 재확인했다. 특히 “목표 달성을 저해할 위험 요인이 나타날 경우 적절히 통화정책 기조를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는 문구를 포함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금리 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닫기보다는, 향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이 나온다.
다만 연준의 메시지는 ‘곧바로 인하’보다는 ‘더 확인’에 무게가 실려 있다. 매파 성향의 판단이 이번 회의에서도 강하게 작동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이날 FOMC 성명에는 찬성 8명, 반대 4명이 표기됐는데, 연준 의사결정에서 공식적인 반대 의견이 4명 나온 것은 1992년 이후 34년 만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정책 방향을 둘러싼 내부 긴장감이 적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문구 놓고 갈린 연준…“인하 신호” 반대
이번 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진 인물들의 성격은 ‘금리 동결 자체’보다는 ‘향후 완화(인하) 편향을 얼마나 강하게 표현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연준 이사 중 스티븐 마이런(Stephen Miron)은 홀로 0.25%p 인하를 주장하며 동결에 반대했다. 반면 베스 해먹(Beth Hammack), 닐 카슈카리(Neel Kashkari), 로리 로건(Laurie Logan) 등 3명은 동결에는 찬성했지만, 성명서에 포함된 ‘완화적 기조’ 문구에는 반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들 3명이 연준 성명에 대해 “향후 조치가 반드시 금리 인하를 의미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더 분명히 해야 한다”는 취지의 수정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즉, 연준 내부에서는 동일한 “동결”이라도 향후 방향성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강도(인하 신호의 크기)를 둘러싸고 의견이 갈린 것으로 읽힌다.
파월은 물러나고, ‘워시 체제’가 온다
이번 결정은 연준 지도부 전환 국면과도 맞물린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을 마지막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후 임기를 마친 뒤 남은 이사직 기간 동안에도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준은 파월 의장이 다음 회의(6월 16~17일) 전에는 물러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5월 15일 의장직을 끝내고 이후로는 케빈 워시(Kevin Warsh) 차기 의장 지명자가 주재하게 된다. 워시 지명자에 대한 상원 은행위원회 인준안은 이날 가결됐으며, 상원 전체 표결을 거쳐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이런 변화는 통화정책의 정치적 압력과도 연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준의 금리 인하 압박을 지속해왔고, “워시 지명자가 취임하면 다른 연준 이사들을 설득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지켜봐야겠지만 그래야 할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준 독립성에 대한 언급도 나왔지만, 향후 정책 신호가 기존과 달라질지 여부는 시장이 예의주시하는 지점이다.
다음은 무엇이 결정할까
다음 FOMC 회의까지는 시장이 ‘에너지발 물가’와 ‘고용·성장 둔화 신호’의 균형을 더 세밀하게 볼 가능성이 크다. 연준 스스로도 이란전쟁 및 에너지 가격 변수가 전망을 어렵게 만든다고 밝힌 만큼, 유가 흐름과 인플레이션 기대의 변화가 금리 인하 시점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연준 내부에서 문구를 둘러싼 이견이 다시 커질지, 아니면 워시 체제 출범을 앞두고 커뮤니케이션 톤이 조정될지 역시 관전 포인트다. 일각에서는 “동결은 유지하되, 완화 기대를 어떻게 관리할지”가 향후 시장 변동성을 좌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3연속 동결은 ‘금리 인하가 멀어졌다’는 신호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남아 있는 가운데 정책 방향을 둘러싼 연준의 내부 합의가 아직 견고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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