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이른바 ‘음료 피습’ 사건을 꾸민 혐의를 받는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경찰 조사에서 범행 취지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 전 후보가 선거에 유리한 여론을 만들기 위해 지인과 사건을 공모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9일 부산경찰청과 부산 금정경찰서에 따르면 정 전 후보는 지난 5월 중순 피습 자작극 혐의와 관련한 조사에서 A씨와 범행을 꾸몄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전직 헬스 트레이너로, 정 전 후보와 약 10년간 알고 지낸 인물로 전해졌다.
경찰, 통화 내역과 CCTV를 핵심 단서로 판단
경찰은 두 사람의 사전 통화 내역과 공모 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 폐쇄회로 TV 화면 등을 근거로 사건을 자작극으로 판단했다. 정 전 후보는 사건 발생 후 A씨를 알지 못하는 사람처럼 행동했고, 자작극 의혹을 인지한 상태에서도 선거를 완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은 지난 4월 27일 부산 금정구에서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 전 후보는 선거운동 중 지나가던 차량 운전자가 뿌린 음료를 맞고 넘어져 뇌진탕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상황이 우발적 피습이 아니라 사전에 꾸며진 행위였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경찰은 정 전 후보와 A씨가 각각 위계공무집행방해와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전날 구속됐다. 현재까지 이 사건과 관련해 추가로 입건된 인물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당 차원의 관여는 확인되지 않아
경찰은 이번 사안이 정 전 후보가 몸담았던 개혁신당과는 무관해 보인다는 입장도 밝혔다. 현재까지 수사에서 정당 차원의 지시나 조직적 개입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다만 경찰은 사건의 동기와 준비 과정, 범행 이후 대응을 계속 확인하고 있다.
정 전 후보가 범행을 선거에 활용하려 했다는 의혹은 공직선거의 신뢰 문제와 맞닿아 있다. 선거운동 기간 후보자에게 발생한 피습 사건은 유권자의 동정 여론과 정치적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만약 허위 사건이 실제 선거 과정에 동원됐다면 이는 단순한 개인 일탈을 넘어 공적 절차를 왜곡한 문제로 평가될 수 있다.
경찰은 5월 중순 당시에는 두 사람의 진술 외에 명확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진술이 번복될 가능성도 있어 통화 기록과 영상 등 객관 자료를 보강한 뒤 관련 사실을 알리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수사기관이 혐의 입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물증 확보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허위 진단서·여론조사 의혹도 수사 대상
수사는 피습 자작극 의혹에만 머물지 않는다. 경찰은 정 전 후보와 관련해 제기된 허위 진단서 발급 논란, 여론조사 의혹, 부친 회사 계열사 직원의 선거운동 동원 의혹 등도 들여다보고 있다. 여러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사건의 법적 파장은 더 커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가 주장하는 피해 사실이 얼마나 엄격하게 검증돼야 하는지를 다시 묻고 있다. 경찰 수사가 향후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정 전 후보 개인의 형사 책임뿐 아니라 선거운동 관행과 검증 체계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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