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투자 계좌에서 주요 경제 정책 발표 직전 대규모 주식 거래가 이뤄졌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해상충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정부 공직자윤리국이 공개한 재산공개 자료를 분석해 트럼프 대통령 계좌의 거래 시점과 정책 발표가 여러 차례 맞물렸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자료에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계좌에서 발생한 주식 거래가 2만1000건가량 담겼다. 공시 지연에 따른 과태료 납부 기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거래 규모가 컸다는 점보다, 일부 거래가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 결정 직전 이뤄졌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관세 유예 전 대규모 순매수 의혹
가장 주목받는 대목은 고율 관세 조치 전후의 거래다. 보도는 관세 충격으로 시장이 흔들린 뒤 트럼프 대통령 계좌에서 여러 종목의 단기 매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관세 조치 유예 발표 전날에는 애플과 버크셔 해서웨이 등 대형 우량주 327개 종목에 대한 순매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투입 금액은 최소 360만 달러로 제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날 소셜미디어에 주식을 사기 좋은 시기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고, 같은 날 오후 관세 조치 상당 부분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발표 뒤 뉴욕 증시가 급등하면서, 거래와 정책 발표 사이의 시간적 근접성이 윤리 논란을 키웠다.

다만 거래가 실제 내부 정보를 이용한 것인지, 자산 운용인이 독립적으로 판단한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미국 공직자 윤리 논쟁에서 중요한 기준은 공직자가 정책 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했는지, 그리고 외부에서 보기에 공정성에 의문을 줄 만한 상황이 있었는지다.
반도체·희토류 정책 수혜 종목도 거론
반도체와 희토류 관련 종목도 논란의 대상으로 언급됐다. 보도는 트럼프 대통령 계좌가 인텔 주식을 매입한 뒤 백악관이 미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명목으로 인텔 지분 인수 방침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정부 발표 이후 주가가 크게 올랐다는 점에서 정책 수혜와 거래 시점이 함께 주목받고 있다.
희토류 기업 MP 머터리얼즈 사례도 비슷한 맥락으로 제시됐다. 중국 중심 공급망에서 벗어나려는 미국의 자원 안보 정책이 강화되는 가운데, 해당 기업 주식을 여러 차례 매수한 뒤 정부의 지분 인수와 국책 계약이 발표됐다는 것이다. 이후 주가 상승과 매도 차익 가능성이 논란에 포함됐다.
데이터센터 규제 완화와 인공지능 관련 정책 발표 당일 빅테크 종목 매수가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브로드컴, 아마존, 알파벳 등 정책 방향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기술주가 거론되면서 정치 권력과 금융시장 사이의 경계 문제가 다시 부각됐다.

트럼프 측 해명에도 감시 요구 커져
트럼프 대통령은 자산 운용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있으며 투자와 관련해 논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의 자산 상당 부분은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관리하는 블라인드 신탁에 편입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도 대통령 일가가 이해상충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블라인드 신탁 구조만으로 의혹이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대통령이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정책 권한을 갖고 있고, 가족과 측근이 자산 관리에 관여하는 구조라면 더 강한 투명성과 검증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번 논란은 특정 거래의 위법성 판단을 넘어, 고위 공직자의 자산 관리 원칙을 어디까지 엄격하게 적용할지에 관한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정책 발표가 곧 시장 가격을 바꾸는 시대일수록 공직자의 투자 활동은 법적 기준뿐 아니라 신뢰의 기준에서도 검증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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