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수출이 강세를 보인 가운데 3월 한국의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규모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3월 경상수지는 373억3000만 달러(약 54조4000억 원) 흑자로 집계되며 2월(231억9000만 달러)보다 흑자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이로써 한국은 35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 흐름을 이어가게 됐다.
상품수지 흑자 사상 최대…반도체·컴퓨터 주변기기 주도
경상수지의 흑자 전환과 확대를 견인한 것은 상품수지였다. 3월 상품수지는 350억7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되며, 지난해 3월(96억9000만 달러)과 비교해 약 3.6배 규모로 늘어났다. 이 같은 증가에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56.9% 증가한 943억2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수준으로 올라선 영향이 컸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149.8% 증가했고, 컴퓨터 주변기기도 167.5% 늘었다. 이른바 정보기술(IT) 품목 전반의 수출 증가가 전체 상품수지 흑자 확대에 직접적으로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반도체는 글로벌 수요가 흔들리는 국면에서도 생산·공급망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실적을 방어하면서, 수출 지표의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서비스수지는 적자…여행수지 흑자 전환이 완충 역할
다만 서비스수지는 여전히 적자였다. 3월 서비스수지는 12억9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지만, 적자 규모는 지난해 3월(25억1000만 달러)보다 줄었다. 서비스수지 내에서는 여행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점이 눈에 띈다. 3월 여행수지는 1억4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으며, 여행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것은 2014년 11월 이후 11년 4개월 만이다.
통계는 봄철 성수기 효과로 국내 여행(또는 관련 수지)이 개선되며 여행수지가 플러스 전환되었다고 설명한다. 서비스수지의 흑자 전환은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변동성을 완충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서비스수지가 구조적으로 흑자로 돌아섰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며, 향후 해외여행·운송·지식재산권 사용료 등 세부 항목의 흐름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금융계정 순자산 369억 달러 증가…증권투자 엇갈림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난 흐름은 금융계정의 순자산 증가와도 연결됐다. 3월 금융계정 순자산은 369억9000만 달러 증가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직접투자는 내국인의 해외투자와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모두 증가하며 순유입을 키웠다.
하지만 증권투자는 방향이 엇갈렸다. 내국인의 해외주식 투자는 40억 달러 늘었으나, 외국인의 국내주식 투자는 340억4000만 달러 감소했다. 특히 중동 지역 리스크 여파로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가 293억3000만 달러 줄어든 영향이 컸다는 설명이다. 이는 경상수지의 견조함과 별개로 자본시장에서는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변동성이 계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대외환경 불확실성 속 “수출 모멘텀”이 관건
이번 통계는 한국 경제의 대외 부문이 ‘반도체 중심의 수출 모멘텀’에 의해 강하게 지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경상수지는 결국 상품수지—특히 수출—의 흐름에 좌우되기 때문에, 향후 반도체 업황(수요·가격·재고), 원화 환율, 글로벌 경기 전망에 따라 흑자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서비스수지의 경우 여행수지가 단기적으로 개선됐지만, 운송비·해외여행 수요·국제 물류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이 잔존한다. 금융계정에서도 증권투자가 지정학적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확인된 만큼, 대외 변수들이 자본 흐름의 방향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What’s Next: 4월 이후 경상수지 “흑자 유지”와 변동성 체크
앞으로 시장에서는 4월 이후에도 경상수지 흑자 흐름이 이어질지, 흑자 규모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지에 주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둔화 조짐을 보일 경우 상품수지 흑자 확대 속도 역시 조정될 수 있다.
한편 외국인 자금 흐름은 중동 등 대외 리스크의 진정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금융계정의 증권투자 변동성도 함께 관찰 대상이다. 한국은행이 다음 국제수지(실적치 반영)에서 어떤 수정 경로를 보여줄지도, 경상수지의 ‘사상 최대’ 흐름이 얼마나 지속될지 판단하는 데 중요한 힌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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