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이 영국 ‘타임아웃(TimeOut)’이 발표한 ‘2026년 세계 최고의 도시’ 평가에서 ‘걷기 좋은 도시’(보행 편의성) 부문 공동 1위에 올랐다. 조사는 전 세계 도시 거주민 2만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서울은 보행 편의성에서 93%의 만족도를 기록해 에든버러와 함께 최고 점수를 공유했다. 타임아웃은 서울이 대도시임에도 관광지·생활 인프라가 도보 중심으로 연결된 점, 그리고 밤낮을 가리지 않는 치안 수준을 주요 강점으로 꼽았다.
‘대도시-도보’의 균형이 높은 만족도로 이어져
타임아웃의 이번 평가에서 서울이 주목받은 지점은 ‘걷는 경험’ 자체가 일상과 관광 동선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서울이 인구와 면적이 큰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생활·관광 인프라가 촘촘하게 조성돼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명동·인사동·홍대 등 주요 상권과 대표 관광지가 도보 이동에 적합한 형태로 연결돼 있어, 방문객이 길을 찾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고 이동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또 다른 핵심 근거로는 치안이 제시됐다. 타임아웃은 서울의 경우 낮 시간뿐 아니라 야간에도 비교적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다는 점이 “여행자의 체감 만족도”를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대도시 특유의 이동 피로가 발생하기 쉬운 조건 속에서도, 안전 인식이 보행 활동을 지속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동했다는 해석이다.
‘서울로 7017’·청계천 산책로가 상징이 된 이유
평가 과정에서 서울의 상징적 보행 인프라로는 ‘서울로 7017’이 직접 언급됐다. 서울로 7017은 낡은 고가도로를 공중 정원형 보행로로 재생한 공간으로, 보고서는 이를 “서울의 걷기 경험을 대표하는 사례”로 평가했다. 도시 인프라를 단순 통행 시설이 아니라 체류와 관람이 가능한 보행자 친화 공간으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의미다.
청계천 산책로 역시 주요 관광지 동선과의 연결성이 장점으로 꼽혔다. 타임아웃은 청계천이 경복궁·종묘·광장시장 등 굵직한 관광 포인트를 잇는 보행 경로로 작동하면서, 방문객이 ‘걷는 동안 관광을 소비하는’ 흐름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즉, 단일 명소가 아니라 여러 명소를 이어주는 네트워크형 동선이 서울의 보행 만족도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에든버러·뉴욕 등 ‘보행 친화 도시’가 상위권을 형성
서울과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한 도시는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로, 보행 편의성 만족도는 93%였다. 타임아웃은 에든버러가 주요 관광지가 도보 15분 내에 밀집된 구조를 갖추고 있어 점수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뒤를 잇는 상위권으로는 뉴욕(91%)이 3위를 기록했다. 뉴욕은 격자형 도로망 등 도시 구조가 길 찾기를 비교적 수월하게 만들어 보행 경험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럽에서는 덴마크 코펜하겐이 순위에 올랐는데, 보고서는 유럽 최장 보행자 전용 도로인 ‘스트뢰에’ 등 보행자 우선 환경을 강점으로 들었다. 노르웨이 오슬로 역시 도심을 보행자 중심 구역으로 전환하는 ‘차 없는 생활 환경 프로그램’이 영향을 줬다고 분석됐다.
아시아권 도시들도 존재감을 확인…서울의 과제는 확장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8위), 대만 타이베이(15위), 중국 마카오(17위)가 순위권에 포함됐다. 이는 보행 친화 도시 경쟁이 유럽에만 국한되지 않고, 아시아 주요 관광도시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이 공동 1위에 오른 만큼, 향후 관건은 ‘대표 동선’의 성공을 보다 넓은 지역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번 평가가 명동·인사동·홍대 같은 상권과 청계천·서울로 7017처럼 상징성이 큰 구간에 주목한 만큼, 앞으로는 관광지 주변을 넘어 생활권 전반으로 보행 편의가 이어지는지에 대한 추가 데이터가 중요해질 수 있다. 또한 야간 치안과 보행 인프라의 결합이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안전 인식과 이동 편의가 동시에 유지되는 운영 전략도 지속적으로 확인될 전망이다.
무엇을 봐야 할까: 다음 시즌 ‘도시 운영’이 승부를 가를 가능성
이번 결과는 도시 브랜드를 ‘시설’이 아니라 ‘이동 경험’으로 재정의하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타임아웃의 조사 방식이 거주민 만족도에 기반한 만큼, 앞으로 각 도시는 도로·보행로의 물리적 조성뿐 아니라 실제 체감 안전, 동선 연결성, 야간 환경 개선 같은 운영 요소를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 발표에서는 서울이 이번에 강점을 보인 구간의 성과를 얼마나 지속·확대하는지, 그리고 다른 도시들이 유사한 보행자 우선 정책과 공간 재생 전략으로 얼마나 추격하는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걷기 좋은 도시” 경쟁이 단발성 인프라 프로젝트가 아니라 장기적인 도시 운영 능력의 시험대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후속 순위 변화에 대한 관심도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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