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가 오픈AI 및 공동창업자 샘 알트먼·그레그 브록만(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Musk v. Altman’이 막바지 국면에 들어섰다. 캘리포니아 배심원단은 9명의 배심원들이 심리 중이며, 이들이 결정하게 될 쟁점은 “AI의 미래” 같은 포괄적 평가가 아니라 비교적 좁게 정해진 몇 가지 법적 질문들이다. 2023~2024년 ‘설립 구조 붕괴’부터 알트먼 해임·복귀까지 넓게 다뤄졌던 재판의 사실관계가 진행됐지만, 최종 판단은 주로 자선 신탁(charitable trust) 위반 여부와 손해의 적법성·시효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심원이 실제로 답해야 하는 3가지 질문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배심원단이 검토하는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오픈AI 및 알트먼·브록만이 머스크와의 특정 합의(기부금의 용도 제한)를 위반했는지, 즉 “머스크의 기부가 특정한 자선 목적에 쓰이도록 하되 비영리 운영 목적에서 벗어나 일반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한 조건이 지켜졌는지다. 이를 보통 자선 신탁 위반(breach of charitable trust)으로 부른다.
둘째, 피고들이 머스크의 기부금을 자선 목적 대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해 부당이득(unjust enrichment)을 얻었는지 여부다. 셋째,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머스크의 조건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위반을 유발하는 데 방조(aiding and abetting)에 해당하는 역할을 했는지다. 즉 “누가 무엇을 알았는가”와 “그 알음이 법적으로 중요한 인과관계로 연결되는가”가 결론에 가까운 구조다.
오픈AI 측이 제시하는 3가지 ‘방어 카드’
하지만 배심원은 피고 측의 방어 논리도 함께 가늠해야 한다. 테크크런치가 정리한 오픈AI의 방어 논점은 세 가지다. 첫째는 소송시효(statute of limitations)다. 특정 청구는 “사건이 어느 날짜 이전에 발생했는지”에 따라 기각될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오픈AI는 피해가 특정 기한 이전에 이미 발생했다면(예컨대 2021년 8월 5일, 2022년 8월 5일 등으로 나뉜 기준일 적용) 머스크의 주장 일부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다투고 있다.
둘째는 부당한 지연(unreasonable delay)이다. 머스크가 2024년에 소송을 제기한 만큼, 원래 즉시 제기했어야 할 청구가 지나치게 늦어져 손해배상 청구의 공정성이 깨진다는 논리다. 셋째는 부정한 손(unclean hands) 원칙으로, 관련된 행동이 법적 구제를 받기에 부적절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런 구조는 “사실관계가 흥미롭더라도, 법원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법정 특유의 프레임을 드러낸다.
머스크 측 주장: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 ‘이벤트’가 전환점?
머스크 측은 오픈AI와 공동창업자들이 머스크가 기부한 돈을 자선 목적에 맞게 쓰겠다는 특정 조건을 이해했으면서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주목하는 지점은 2023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의 수익사업(포뮬러상 ‘포퍼트 계열’)에 100억 달러를 투자한 사건이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머스크의 변호인들은 이 투자가 “이전과 다른 성격”이었고, 그 결과 자선 신탁 취지가 훼손되며 오픈AI의 상업적 제품으로 투자자들이 이익을 얻었다고 본다.
또한 테크크런치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 측은 ‘오픈AI가 자선 목적에서 벗어나 비영리 미션을 약화시켰다’는 논리를 설득하려 했지만, 오픈AI 측은 오히려 기부금의 용도 제한이 구체적으로 존재했는지에 대해 증인들의 진술과 문서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받아쳤다. 오픈AI 측은 머스크 측이 특정한 제한 조건이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관련 증인들은 이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강조하는 흐름이다.
오픈AI 측 반격: ‘용도 제한’은 없었고, 사용은 시효 이전에 끝났다
배심원 판단에 특히 영향을 줄 수 있는 대목은 “머스크 기부금이 언제 사용됐는가”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오픈AI는 감정인(포렌식 회계사)을 통해 머스크의 기부는 핵심 기준일(예: 2021년 8월 5일) 이전에 이미 자신의 목적에 맞게 사용됐다는 증언을 내놨다. 이는 만약 기부의 ‘자선 신탁 위반’이 적법한 기준일 이후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면, 머스크의 청구 자체가 법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해진다.
재판의 진행 양상에 대한 관찰도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더버지(The Verge)는 이날 최종 변론(closing arguments)에서 머스크 측이 “법적 주장에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전하면서, 알트먼 측 변호인이 시간순으로 쌓아 올린 방대한 증거를 구조적으로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더버지는 머스크의 증언·기억 관련 대목들이 반복적으로 도마에 올랐다는 취지의 논평을 덧붙였다.
평결 이후: 오픈AI의 미래가 ‘포퍼트’인지가 걸려 있지만, 결과는 단일하지 않을 수 있다
가장 주목되는 시나리오는 머스크가 승소할 경우다. 테크크런치 분석에 따르면 머스크가 전부 또는 상당 부분에서 이길 경우 오픈AI의 현 구조—특히 수익사업(포퍼트)으로 운영되는 형태—가 근본적으로 재편될 수 있다. 다만 승소의 법적 효과가 곧바로 “회사의 즉각적인 종말”로 단정되지는 않는다고도 덧붙여, 결과는 별도의 후속 절차(판결이 어떤 구제조치를 낳는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음 국면에서 법정은 판결 직후 “어떤 조치가 적절한지”를 다루는 추가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며, 이는 승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핵심은 배심원단이 ‘누가 AI를 더 잘 만들었는가’ 혹은 ‘누가 더 나쁜 의도를 가졌는가’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특정 기부 조건이 존재했는지, 그 조건이 실제로 언제, 어떻게 위반됐는지, 그리고 그 청구가 시효 및 절차적으로 성립하는지에 대한 결론으로 수렴한다. 배심원 평결이 나오면 오픈AI의 지배구조와 기부·신탁 설계가 다시 업계 전반의 표준 논쟁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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