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약품이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에서 차세대 항암 신약 후보물질 8종의 연구 성과를 대거 공개하며 ‘모달리티(치료기술 방식) 다변화’ 전략을 전면에 내놨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이번 학회에서 총 9건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으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발표 건수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암 시장에서 핵심 기술로 부상한 mRNA, 표적 단백질 분해(TPD),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다양한 접근법을 병행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mRNA·TPD·ADC·이중항체까지…“기전별 포트폴리오” 강화
한미약품의 이번 발표는 항암 치료법을 크게 표적항암제, 차세대 모달리티 기반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로 나눠 소개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표적항암제 파트에서는 암세포의 특정 분자 스위치를 겨냥하는 후보군과, 종양 성장 신호를 끊는 저해제들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한미약품은 EZH1·EZH2 이중저해제(HM97662), 선택적 HER2 저해제(HM100714), SOS1-KRAS 상호작용 저해제(HM101207) 등 복수의 기전을 제시했다. 회사는 각 후보에 대해 유전자 변이 모델, 독성 프로파일, 병용 전략 및 내성 극복 가능성 등을 근거로 후속 개발을 위한 시그널을 정리했다.
EZH·HER2·KRAS…“적응증 확장과 내성 대응”에 초점
먼저 HM97662는 EZH1과 EZH2를 동시에 억제하는 이중 저해 기전으로, 기존 EZH2 선택적 저해제 대비 항암 효능과 내성 극복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 붙었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해당 후보물질은 특정 유전자 변이(예: SMARCA4 결손)를 가진 고형암 동물 모델에서 DNA 손상 유도제와 병용 시 항암 효력의 시너지를 보였고, 반복 병용 투약에서 내성 극복 가능성도 확인했다. 회사는 적응증을 구체화한 뒤 병용 임상시험으로 확장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HM100714는 HER2 변이 암에서 강력한 항종양 효능을 보이면서도 EGFR 관련 독성이 낮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강조했다. 동물 모델에서 항종양 활성이 확인됐고, 뇌 및 연수막 전이 모델에서도 우수한 효능과 양호한 안전성 프로파일이 관찰됐다고 한다. 한미는 바이오인포매틱스 및 머신러닝 기반으로 75종 세포주 패널에서 약물 민감성을 예측해 최적 적응증을 도출하는 접근을 소개했다.
또 다른 축인 HM101207은 SOS1과 KRAS의 결합을 차단해 KRAS 활성화 신호를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을 내세웠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저산소 관련 유전자 발현 조절 가능성도 함께 제시됐고, 다양한 RAS/MAPK 경로 저해제와의 병용에서 시너지 효과가 관찰됐다. 특히 KRAS G12C 변이 암세포주에서 병용 항종양 효과가 확인됐으며, KRAS 변이 이종이식 모델에서는 KRAS 저해제 또는 RAS 저해제와의 조합 투여가 단독 투여 대비 내성 발생을 유의미하게 지연시켰다고 밝혔다.
TPD와 면역 mRNA…“표적 단백질을 새로 설계”하는 접근
차세대 모달리티 기반 표적항암제에서는 한미약품의 TPD 플랫폼 기술이 핵심이다. 회사는 경구용 신약 후보인 ‘EP300 선택적 분해제’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한미는 분자 동역학 시뮬레이션 정보 기반의 구조 설계와 생물정보학 프레임워크, 머신러닝 모델을 활용해 EP300 분해에 가장 민감한 고형암 적응증을 선별했다고 설명했다.
면역항암 파트에서는 ‘STING mRNA 항암 신약’, ‘p53 mRNA 항암 신약’, 그리고 북경한미약품 중심의 4-1BB×PD-L1 이중항체(BH3120), B7H3×PD-L1 이중항체 ADC(BH4601) 등 다중특이성 접근이 소개됐다. 특히 STING mRNA의 경우 리간드 결합 없이 STING 경로를 직접 활성화하는 방식이며, 전신 투여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로 제시됐다. 이뮨콜드(immune-cold) 종양 모델에서도 면역세포 증가와 항종양 효능이 관찰됐다고 한미는 밝혔다.
연구 성과는 ‘다음 임상’의 문…개발 속도와 검증이 관건
이번 학회 발표는 한미약품이 특정 하나의 플랫폼에만 의존하지 않고, 표적항암-차세대 모달리티-면역항암을 아우르는 다층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전진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이런 학회 기반 연구 공개가 실제 임상 성과로 이어질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 번의 동물·전임상 신호가 사람에게 그대로 재현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HM97662의 병용 전략, HM100714의 적응증 선별, TPD 기반 EP300 분해제의 합성치사(synthetic lethality) 기전 규명, STING 및 p53 mRNA의 면역 활성화 및 표적 복원 전략 등 후속 단계로의 연결 고리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회사가 어떤 후보를 우선순위로 끌어올려 임상 설계(용량, 병용 조합, 바이오마커 적용)를 정교화할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앞으로 무엇을 봐야 하나
향후 일정에서 가장 먼저는 AACR에서 공개된 후보들이 임상 1상/2상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어떤 설계 차이를 보이는지가 주목된다. 특히 병용 전략이 강조된 후보들의 경우, 전임상에서의 시너지 재현 여부와 안전성 프로파일이 임상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한미약품이 이번에 강조한 머신러닝·생물정보학 기반 적응증 선별이 실제 환자군 분류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차세대 모달리티는 후보물질 자체뿐 아니라 환자 선택(정밀의학)과 병용 전략이 함께 성패를 가르는 경우가 늘었다”고 평가한다. 이번 학회는 한미약품이 그 흐름에 맞춰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행사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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