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던 조직으로 회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해 하반기 조직개편 과정에서 현재 7명 규모의 중점조사팀을 30~40명 규모의 ‘조사국’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 같은 ‘조사국’ 부활은 2005년 폐지된 이후 21년 만이다.
중점조사팀→조사국…규모 확대가 핵심
과거 공정위의 조사국은 주요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 등 경쟁질서 저해 행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역할을 맡아 ‘강력한 힘’을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조사 권한이 커지면 기업 활동 전반을 옥죄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도 함께 제기돼, 조사국은 2005년 폐지됐다.
이후 공정위는 상황별 대응을 위해 ‘중점조사팀’ 같은 유연한 체계를 써왔다. 실제로 공정위는 2024년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이나 특정 이슈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 중점조사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조직개편 논의의 출발점은, 해당 방식이 대형 사건 대응에는 인력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누적됐다는 점으로 읽힌다.
‘법 집행 역량’ 강화, 기획조사 기능도 기대
공정위가 중점조사팀을 국 단위 조직인 조사국으로 격상하면 단순 인력 증원에 그치지 않고, 조사 수행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기사에 따르면 조사국 확대 방안이 실현될 경우 기획 조사 기능이 강화되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즉, 특정 사건이 발생했을 때만 대응하는 체계를 넘어, 사건 전 단계에서 리스크를 포착하는 조사 능력을 키우려는 방향이다.
이와 관련해 문서상으로는 공정위가 “중대 민생사건 등의 신속한 처리와 법 집행 역량 강화”를 위해 인력 증원을 추진해 왔다는 취지가 반영돼 있다. 공정위는 다만 조사국(또는 추가 조직)으로의 전환에 필요한 증원 규모와 기능은 관계부처 협의 중이며 아직 확정된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다.
대통령 지시 후속…인력 부족 “말이 안 나오게”
이번 논의는 공정위의 인력 운용 문제를 둘러싼 정부 내 기류와도 맞닿아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말 공정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인력이 부족해 일이 안 됐다는 말은 안 나오게 하라”며 추가 증원을 지시한 바 있다. 이번 조사국 부활 검토는 그 연장선에서 ‘실행 가능한 수준의 인력·조직’으로 법 집행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구체화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재계의 우려, 정부는 ‘신속·면밀 관리’로 답할까
조사국 부활은 상징성도 크다. 조사국이 존재하던 시기 공정위는 강한 조사 권한으로 대기업을 압박했다는 평가와 함께, 시장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비판도 동시에 받아왔다. 따라서 조사국이 다시 등장할 경우 가장 먼저 부딪힐 논쟁은 “집행력 강화”와 “기업 활동 위축” 사이의 균형이다.
공정위가 인력과 기능을 늘려도 기업 현장에서는 실제로 어떤 방식의 조사가 이뤄지는지—예를 들어 조사 범위, 절차 투명성, 사건 처리 기간—가 체감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번 조직개편 논의가 “신속한 처리”와 “법 집행 역량 강화”를 내세우는 만큼, 산업·경영 현장에서는 ‘속도’가 결국 ‘예측가능성 부족’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주의 깊게 볼 수밖에 없다.
조사국 부활의 다음 관문: 하반기 조직개편 확정과 예산
조사국 격상 방안의 관건은 결국 올해 하반기 조직개편에서 최종 결정되는지 여부다. 기사에 따르면 현재는 30~40명 규모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이며, 조사국 신설과 함께 경제 분석 기능을 보강하기 위한 경제분석국 신설 추진도 병행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향후에는 (1) 조사국의 정확한 규모, (2) 기존 중점조사팀과의 역할 분담, (3) 경제분석국이 어떤 사건 유형에 투입될지, (4) 조사 과정의 절차적 안전장치가 어떻게 설계되는지가 핵심 체크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조직이 실제로 출범하면 공정위의 조사·처리 속도가 빨라질지, 혹은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첫 시험대가 ‘중대 민생사건’과 ‘대형 기업 관련 사건’ 처리 흐름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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